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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는 오랫동안 다이어트 실패를 제 의지 탓으로만 돌렸습니다. 100kg 가까이 나가던 시절, 덴마크 다이어트부터 저탄고지, 간헐적 단식까지 안 해본 방법이 없었는데도 매번 제자리였거든요. 그런데 나중에서야 알게 된 게 있습니다. 몸이 특정 체중을 기준점으로 고정해 놓고 거기서 벗어나지 않으려 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이 글은 그 경험을 통해 깨달은 것들을 담았습니다.
왜 나는 매번 같은 자리로 돌아왔는가
제가 처음 덴마크 다이어트를 시도했을 때는 정말 효과가 있었습니다. 2주 만에 10kg 넘게 빠지는 걸 보면서 '이번엔 다르다'는 확신이 생겼고요. 그런데 일상으로 돌아오자마자 몸무게는 귀신같이 원래대로 복구됐습니다. 처음엔 그냥 제 의지력이 약해서라고 생각했습니다.
저탄고지도 해봤고, 간헐적 단식도 해봤습니다. 저탄고지는 8개월을 유지했는데 116kg에서 108kg 정도까지만 내려가고 거기서 멈췄습니다. 간헐적 단식은 오히려 먹어도 되는 12시간 안에 더 많이 먹게 되더라고요. 보상심리가 그렇게 강하게 작동하는 줄 몰랐습니다.
저는 이렇게 실패를 거듭하고 난 후 알게 된 개념이 '체중 세트포인트(Weight Set Point)'입니다. 여기서 체중 세트포인트란 우리 몸의 내분비 대사 체계가 특정 체중을 정상 상태로 기억하고, 거기서 벗어나면 강하게 되돌아오려는 생리적 메커니즘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벽에 붙은 온도 조절기처럼 몸이 특정 수치에 맞춰 세팅된 상태입니다. 아무리 눌러도 스프링처럼 튀어 오르는 느낌, 제가 직접 겪어봤는데 손이 떨릴 정도의 허기가 밀려오고 정신이 흐릿해지는 그 감각은 단순한 배고픔과는 달랐습니다.
이 사실을 알고 나서 비로소 저는 '내 의지가 약한 게 아니라 몸이 그렇게 설계된 것'이라는 점을 받아들였습니다. 그게 마음의 짐을 조금 덜게 해 준 첫 번째 전환점이었습니다.
비만 치료제, 기회인가 함정인가
저탄고지를 해도 체중이 더 내려가지 않자 저는 삭센다(Saxenda)를 맞았습니다. 삭센다는 GLP-1 수용체 작용제 계열의 비만 치료제로, 여기서 GLP-1이란 장에서 분비되는 인크레틴 호르몬의 일종입니다. 식욕을 억제하고 위장 운동을 느리게 해서 포만감을 오래 유지시키는 원리로 작동합니다. 당시 저는 추가 효과를 기대했는데, 결론부터 말하면 저탄고지와 병행했을 때 눈에 띄는 변화는 없었습니다.
그 이후 미국에서 먼저 승인된 세마글루타이드(Semaglutide) 계열 약물이 국내에도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세마글루타이드는 GLP-1 호르몬의 작용을 더 강력하고 지속적으로 모방한 성분으로, 체중 세트포인트 자체를 무력화하는 효과가 있다는 임상 결과가 나오고 있습니다. 출처: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세마글루타이드 임상 연구
다만 제 생각엔 이 약들이 만능은 아닙니다. 부작용으로는 오심, 구토, 설사, 변비, 소화 불량이 상당히 흔하게 보고되며, 용량을 단계적으로 증량하지 않으면 입원이 필요한 수준의 탈수가 생기기도 합니다. 만성 췌장염 병력이 있거나 갑상선 수질암 과거력이 있는 경우, 그리고 임신 중이거나 2~3개월 내 임신을 계획하고 있다면 절대 복용해선 안 됩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분명한 사실이 있습니다. 약을 끊으면 체중은 다시 돌아옵니다. 이미 여러 연구 결과가 그렇게 나와 있고요. 그러니 약물을 '기적의 해결책'으로 보기보다는, 운동 가능한 몸을 만들고 식사 습관을 바꾸는 기회의 창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체중이 조금만 줄어도 무릎이 덜 아프고 유산소 운동이 가능해지는 그 변화, 그게 진짜 출발점이었습니다.
- 비만 치료제(GLP-1 작용제)는 식욕 억제 + 위장 운동 억제 효과
- 단계적 증량 무시 시 극심한 오심·구토로 입원까지 가능
- 만성 췌장염·갑상선 수질암·임신 계획 중이면 투약 금기
- 약을 끊으면 체중 복귀는 임상적으로 이미 확인된 사실
- 약물은 목적이 아니라 습관 교정의 '기회의 창'으로 활용해야
세트포인트를 낮추는 현실적인 식습관
제가 가장 오래 붙잡고 있던 오해 중 하나가 탄수화물을 무조건 줄여야 한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실제로 탄수화물을 거의 끊다시피 했던 시기가 있었는데, 그때 오히려 근육이 빠지고 기초대사량이 뚝 떨어지는 걸 느꼈습니다. 기초대사량(BMR, Basal Metabolic Rate)이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생명 유지를 위해 소모되는 최소 에너지양으로, 이게 떨어지면 조금만 먹어도 살이 찌는 몸이 됩니다.
탄수화물을 극단적으로 줄이면 뇌와 심장처럼 포도당에 의존하는 장기가 에너지 부족 상태가 됩니다. 이때 몸은 근육 단백질을 분해해서 포도당을 만들어냅니다. 이 과정을 포도당신생합성(Gluconeogenesis)이라고 하는데, 근육 손실로 이어져 장기적으로 오히려 체중 감량에 역효과를 냅니다. 한 연구에 따르면 탄수화물의 에너지 비율이 전체 열량의 50% 수준일 때 사망률이 가장 낮다는 결과도 나와 있습니다. 출처: The Lancet Public Health, 탄수화물 섭취와 사망률 연구
그렇다고 흰쌀밥이나 설탕을 마음껏 먹으라는 얘기는 아닙니다. 핵심은 혈당지수(GI, Glycemic Index)가 낮은 탄수화물을 고르는 것입니다. 혈당지수란 특정 음식이 혈당을 얼마나 빠르게 올리는지를 수치화한 지표로, 높을수록 인슐린 분비를 급격히 자극해 지방 축적을 가속화합니다. 제가 직접 바꿔본 건 흰쌀밥 대신 잡곡밥, 흰 빵 대신 통밀빵으로 조금씩 전환하는 것이었습니다. 거창한 변화는 아닌데도 포만감이 오래가는 게 실제로 체감이 됐습니다.
술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알코올은 식욕을 직접 자극하는 데다 지방 분해 효소의 작용을 방해합니다. 제 경우엔 저녁 식사는 그래도 잘 지키다가 술자리에서 한 번에 무너지는 패턴이 반복됐거든요. 거기다 수면도 다이어트와 직결됩니다. 수면 부족은 식욕 억제 호르몬인 렙틴(Leptin) 분비를 줄이고 식욕 자극 호르몬인 그렐린(Ghrelin)을 높여 과식으로 이어집니다. 하루 30분 숨이 차는 유산소 운동, 충분한 수면, 정제 당류 제한. 이 세 가지를 지키는 것만으로도 제 세트포인트는 조금씩 낮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체중 세트포인트는 한번 정해지면 절대 못 바꾸나요?
A. 바꾸는 게 어렵지 불가능하지는 않습니다. 세트포인트는 장기간의 생활 습관 변화, 특히 수면·운동·식이 패턴이 꾸준히 달라질 때 서서히 재설정됩니다. 제 경험상 단기간에 급격히 내리려는 시도보다 몇 개월에 걸쳐 천천히 낮추는 방식이 훨씬 오래 유지됐습니다.
Q. 간헐적 단식, 저탄고지 다이어트 효과 없는 건가요?
A. 효과가 아예 없다기보다 지속 가능성이 관건입니다. 효과가 강한 방법일수록 유지하기 어렵고,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은 효과가 제한적인 경향이 있습니다. 제 경우엔 두 방법 모두 보상심리로 인해 오히려 더 많이 먹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방법 자체보다 본인의 식행동 패턴을 먼저 파악하는 게 중요합니다.
Q. 비만 치료제 끊으면 살이 다 돌아오는 게 맞나요?
A. 임상 연구 결과에 따르면 약물 중단 후 체중 복귀는 상당히 일반적인 현상입니다. 그래서 약물 복용 기간을 단순한 감량 구간이 아니라 운동 능력을 키우고 식습관을 바꾸는 기간으로 활용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약이 만들어준 '가벼운 몸'을 새 습관의 발판으로 써야 약을 끊어도 복귀 폭이 줄어듭니다.
Q. 탄수화물을 아예 안 먹으면 더 빨리 빠지지 않나요?
A. 단기적으로는 빠질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역효과가 생깁니다. 탄수화물이 극단적으로 줄면 몸이 근육 단백질을 분해해서 포도당을 만들기 때문에 근육 손실이 생기고, 기초대사량이 떨어져 조금만 먹어도 살이 찌는 체질로 변해버립니다. 전체 칼로리의 50% 수준을 복합 탄수화물로 섭취하는 게 가장 건강하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Q. 반신욕이나 복부 운동으로 뱃살만 빼는 게 가능한가요?
A. 특정 부위만 집중적으로 운동해서 그 부위 지방만 빠진다는 것은 속설입니다. 에너지는 전신의 지방에서 골고루 끌어다 쓰기 때문에 복부만 집중해봐야 복부 지방만 선택적으로 빠지지 않습니다. 반신욕은 일시적인 수분 감소로 체중계 숫자가 줄어 보일 뿐, 실제 체지방 감소 효과는 없습니다.
결론
돌아보면 제가 다이어트에 실패했던 이유는 몸의 원리를 모른 채 의지력으로만 밀어붙였기 때문입니다. 체중 세트포인트라는 개념을 알고 나서야 매번 같은 자리로 돌아오는 것이 패배가 아니라 생리적 반응이라는 걸 받아들일 수 있었습니다. 그 이후로 저는 단기간에 많이 빼겠다는 목표 대신, 세트포인트를 천천히 낮추겠다는 방향으로 생각을 바꿨습니다.
비만 치료제가 선택지가 될 수 있다면 기회로 활용하되 거기에만 의존하지 않는 것, 그리고 정제 탄수화물을 줄이고 복합 탄수화물로 바꾸며 수면과 유산소 운동을 일상에 녹이는 것. 이 원칙들은 뻔하게 들릴 수 있지만, 제가 직접 써봤는데 그 뻔한 것들이 실제로 작동한다는 게 결국 제가 얻은 결론입니다. 자괴감 대신 원리를 공부하는 것에서 시작해 보시길 권합니다.